※ 해제

『보잠발기(寶簪件記)』는 1866년(고종 3)에 행해진 조선의 제 26대 왕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嘉禮) 때 왕실에 올린 비녀를 기록한 발기[件記]이다.

보잠(寶簪)이란 보배로운 비녀, 즉 비녀를 높여 부르는 말이며 발기란, 조선시대의 연회, 제례 등의 행사 때 사용된 물목(物目)과 수량 등을 적은 글발을 말한다.

비녀를 사용하는 머리는 크게 수식, 큰머리, 조짐머리가 있는데 본 유물에서는 이 가운데 큰머리와 조짐머리에 사용된 비녀를 기록하였다. 큰머리는 대례복(大禮服)을 입었을 때, 즉 국가에서 행하는 가장 큰 의례 때 갖추는 머리 모양이며, 조짐머리는 약식의 머리 모양이다.

발기의 내용을 통해 머리의 모양에 따라 각기 사용된 비녀의 종류 또한 달랐음을 알 수 있다. 큰 머리에는 도금대봉잠, 도금대뇽잠, 슌금니사장옥닙장 등을, 조짐머리에는 니사장옥션봉잠, 반듁잠, 대셕우황, 진쥬장옥반자 등이 사용되었으며, 수량은 모두 각기 한 개씩 사용되었다.

본문 중간 하단부에는 “병인 가례시 보내오실 때 본래 아니 보내오시니”라고 기록되어 있는 첨지를 덧붙여 놓았다. 이를 통해 이 비녀들이 병인년에 행해졌던 가례, 즉 1866년 고종과 명성왕후의 가례 때에 사용되었던 것이며, 본래 올렸어야 하는 비녀가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 다시 마련해 올리면서 작성된 목록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목록 말미에는 “이샹 진칠변왜쥬홍칠궤입”이라고 적혀 있어, 이 비녀들을 보관했던 장소를 명시해 주었다.

본 유물은 조선 시대 가례에 사용된 비녀의 종류와 수량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의 왕실 문화와 왕실 여성의 의복 및 장신구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로써 그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