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통합예약
소장품 소장품 이야기 수장고 속 왕실 유물 이야기

수장고 속 왕실 유물 이야기

궁중자수의 아름다움 - 진주 두루주머니와 자수본

궁중자수의 아름다움- 진주 두루주머니와 자수본

궁중자수는 궁궐 내에서 생산되고 수요되는 전반적인 자수품을 말합니다. 궁중자수 안에는 궁중에서 입는 의복들과 장신구, 자수병풍 등 자수가 들어가는 모든 물품들이 포함합니다. 이러한 자수품은 왕가의 여성들이 만든 것도 있으나, 대부분은 자수를 전담하는 수방을 별도로 두어 궁궐 내에서 필요한 자수를 제작하도록 하였습니다. 자수를 놓는 침선 궁녀들은 오랜 수련을 거쳐 쌓인 경험이 요구되었습니다. 따라서 수방의 내인은 다른 처소에 비해 수련기간이 길어 6~7세 때부터 궁에 데려와 훈련시켰으며, 일의 양에 비해 항상 인원이 부족하였다고 합니다.

진주 두루주머니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는 궁중에서 제작한 자수가 놓인 왕실 소장품들이 있습니다. 이중 금사로 수를 놓은 영친왕비 진주 두루주머니(중요민속문화재 제265호/2009.12.14.)는 화려한 자태로 단연 돋보입니다(그림1). 두루주머니는 아래가 둥근 모양의 주머니로 설날 세뱃돈을 받는 복주머니와 같은 형태를 말합니다. 이 주머니는 둘레를 따라 수십 개의 천연 진주를 붙여 화려하게 장식하였고, 그 주변을 따라 매화와 나비를 금사로 수를 놓았습니다. 전통매듭으로 마무리 된 주머니 속에는 고급 향이 들어있던 것으로 보아 향주머니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궁중에서 제작한 주머니는 실용성이 컸던 일반 백성들의 것과는 다르게 장식적이고 화려한 것이 더 많았으며, 왕족 혹은 신하들에게 선물로 하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주머니에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용·봉황문이나 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문 혹은 직접적으로 ‘수복강녕’이라는 글씨를 수놓았습니다. 영친왕 일가의 장식품 중 <약주머니>나 <귀주머니>는 1922년 순종純宗 알현시에 순정효황후가 부귀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진晋왕자에게 하사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궁중에서 제작한 주머니들의 자수본本이 남아있어 주머니의 제작과정을 짐작케 한다는 것입니다. 자수본의 종이는 콩기름을 먹여 반투명한 상태로 만들어 주머니를 만들 천에 옮기기 수월하도록 제작하였습니다. 자수본에 그려진 먹선은 섬세하고 일정하게 그려져 있는데 궁중회화를 제작하는 도화서의 화원이 본을 그린 것입니다. 침선 궁녀들은 이를 바탕으로 주머니를 제작하고 자수를 놓게 됩니다. 자수의 묘미는 실의 굵기와 바늘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집니다. 금사와 천연진주로만 자수를 놓은 영친왕비 진주 두루주머니는 금속성이 있는 실이기 때문에 실을 천 위에 놓고 문양을 만든 후, 고른 간격의 땀으로 ‘징금수’를 놓았습니다. 


두루주머니 수본

자수본 중에는 영친왕비 진주 두루주머니와 유사한 유지본이 남아있어 주머니의 형태, 자수의 문양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그림2,3). 이 자수본 뒷면에는 ‘계??신조’라 적혀져 있는데, 계사년에癸巳 새롭게新 만들었다造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림에서 어떻게 비단으로 옮기는 방식을 사용하였을까요? 본의 뒷면을 살펴보면 흰색가루가 묻어있는 것에 정답이 숨어 있습니다. 기름을 먹인 종이가 앞뒷면이 비치게 되어 있는 것을 이용하여 뒷면에 흰색가루가 포함된 물감을 칠하고 마른 후, 가는 구멍을 뚫어 비단에 흰색가루가 묻어나도록 하였다고 합니다(그림4,5,6).


귀주머니 수본

침선 궁녀들의 숙련된 솜씨로 제작한 궁중자수는 원색의 화려한 색실과 섬세한 문양으로 왕실 공예품다운 품격을 느끼게 합니다. 현재 상설 3전시실인 왕실의 생활실에는 영친왕비의 진주 두루주머니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점점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 시원한 박물관에서 궁중자수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요?



김아란(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