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속 왕실 유물 이야기
왕자의 결혼 준비 들여다보기
조선 왕실의 기록물 중에는 발기[件記:ㅂㆍㄹ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기록물은 주로 왕실 의례에 소용되는 물품, 인명 등을 일일이 나열하여 작성한 목록으로, 각 건(件)들에 대한 기록[記]이라 하여 한자로는 ‘件記’라고 했고 ‘件’은 우리 옛말로 ‘ㅂㆍㄹ’로 불러 ‘ㅂㆍㄹ기’라고도 하였습니다. 발기는 비록 낱장에 불과하지만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 왕실 의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이 단서들을 종합해 볼 때, 이 기록물은 어떤 왕자의 가례 행사 시 다양한 일을 담당한 차비들의 명단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록물은 언제 작성된 것일까요?
조선시대에 왕세자, 왕자, 공주, 옹주 등 왕실의 주요한 인물이 혼인을 하면 그 준비와 진행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후일에 참고하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왕세자는 등록과 의궤, 왕자는 등록을 남겼는데, 현존하는 등록들을 찬찬히 찾아보면 이 기록물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왕자 가례 등록들을 살펴본 결과, 이 기록물은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화군(義和君)의 1893년 혼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의화군 혼례에 대한 기록인 『의화군가례등록(義和君嘉禮謄錄)』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있습니다.
“이번 가례 때 여러 의식을 사전 연습하기 위해서 예모관(禮貌官)과 능숙한 서원을 이번 달 21일을 시작으로 기기국(機器局)에 대령하며, 각 차비여령(女伶)은 안부(案付: 관청에서 제작한 문서)에 있는 숫자대로 선명하게 복색을 갖추고 각 관아의 담당 서리가 이번 달 21일 날 밝기 전에 여령을 거느려 기기국에 대령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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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此嘉禮時, 各樣習儀次, 禮貌官與事知書員, 自今二十一日爲之始日, 待令于機器局爲?. 各差備女伶, 一依案付數, 以鮮明服色, 各其司掌吏, 今二十一日未明時, 豫率待令于機器局爲?. |
* 『의화군가례등록』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본(K2-2705)을 활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