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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상징 ‘황제지보皇帝之寶’

대한제국의 상징 ‘황제지보皇帝之寶’

한국으로 반환한 환수문화재 인장 9과

2017년 1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국새 3과顆 ‘황제지보皇帝之寶’, ‘유서지보諭書之寶’, ‘준명지보濬明之寶 보물이 되었습니다.(2017.1.2. 지정) 국새는 국가의 상징이자, 국왕의 명령에 따라 생산된 문서에 찍는 공식 인장을 일컫습니다. 2017년은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입니다. 그래서 자주국가임을 상징하는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가 2017년에 보물로 지정된 것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보물로 지정된 국새 3과는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년 4월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에 정식 반환한 인장 9과 중 일부입니다. 이 인장들은 한국 전쟁에 참천한 미국 군인이 덕수궁에서 무단 반출하여 보관해 오다가 한국에서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인 것이 밝혀져 반환이 결정된 유물들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온 문화재는 왕실에서 소장한 사인私印 5점을 포함하여 조선시대 국새 2과, 대한제국 어보 1과, 국새인 ‘황제지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 ‘황제지보’는 대한제국에서 제작한 10과 중 하나로서 현존하는 국새가 4과뿐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히 다뤄야 할 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황제지보皇帝之寶, 9.2×9.4×3.3㎝, 옥, 1897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고종이 황제로 격상되면서 제작한 ‘황제지보’는 총 3과가 만들어지는데 옥으로 제작된 것이 2과이며 나머지 1과는 은으로 만들어 도금하였다고 전합니다. 그 중 옥으로 제작된 것은 옥 중에서도 최고의 옥으로 인정받는 남양옥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1과는 거북이 모양의 귀뉴龜紐, 나머지 1과는 용 모양의 용뉴龍?로 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3가지 다른 형태의 ‘황제지보’ 중 고궁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새는 옥을 주재료로 하여 귀여운 용 모양의 손잡이가 있는 형태입니다. 용의 배 부분에는 끈을 달아놓을 수 있는 구멍도 있습니다.

장조금인(왼쪽), 황제지보(오른쪽)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 국새의 형태도 변화하게 되는데 ‘황제지보’는 그 특징이 잘 보이는 유물 중 하나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손잡이인 뉴紐의 형태가 거북이 모양에서 황제를 상징하는 용의 모양으로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새에 새겨진 서체에서도 차이점이 보입니다. 조선시대 어보는 글씨의 획을 구불구불 꺾어서 인면을 가득 채운 구첩전九疊篆이라는 서체를 사용한 것에 비하여 대한제국 국새는 비교적 흰 면이 많아지도록 변화한 소전小篆을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황제지보’는 1897년 고종이 연호를 광무光武로 변경하고, 국가의 이름을 대한제국으로 바꾸면서 황제 즉위식에 맞춰 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황제국의 지위에 맞게 국가 의례를 다듬어 수록한 『대한예전大韓禮典』이라는 책에는 황제의 어가행렬을 구성하는 의장물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에 ‘황제대보皇帝大寶’가 등장합니다. 3종류로 만든 ‘황제지보’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행렬에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황제의 권력을 상징하는 국새로서 행차에 등장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황제지보’는 120년 전 세운 자주국가 대한제국의 상징으로, 고종이 황제임을 선포하는 중요한 인장이며 앞으로도 소중히 보존되어야 할 보물입니다. 

김아란(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