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 속 왕실 유물 이야기
1880년 강윤이 제작한 휴대용 앙부일구
고궁박물관에는 평면해시계인 신법지평일구(新法地平日晷, 보물)와 앙부일구(仰釜日晷, 보물), 또 복원한 자격루를 비롯하여 1881년 강윤姜潤(1830~1898)이 제작한 평면해시계 등 조선시대를 대표할만한 여러 시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유물은 강윤이 제작한 휴대용 앙부일구입니다.
이 앙부일구는 세로 10.2cm 가로 5.7cm 높이 3.3cm여서 손바닥에 올려 놓을 정도의 작은 크기로, 외형은 상아로 고급스럽게 만들어 격을 높였습니다.
위쪽에는 나침반을 두어 정확한 방향을 잡도록 하였고, 아래쪽 오목한 부분에는 시간선과 절기선이 새겨져 있어 시간뿐만 아니라 농사에 긴요한 24절기를 편리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단에는 전서체로 '北極高 三十七度 三十九分 一十五秒'라고 음각으로 새겨 놓았습니다.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북극고도, 곧 북극성을 바라보는 각도는 37도 39분 15초라는 뜻으로, 당시 한양의 위치를 뜻합니다.
그리고 뒷면에 ‘光緖六年庚辰季春上澣 晉山後人姜潤自製’ 라고 음각으로 쓰여 있어, 광서 6년 경진년(고종 17년, 1880년)의 계춘(봄)에 본관이 진산(晉山, 진주의 다른 이름)이며 그 후손이 되는 강윤이 제작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강윤은 영조~정조대에 활약한 문인화가인 표암 강세황(1713∼1791)의 증손으로 동생 강건姜健(1843~1909)과 함께 당시 최고의 시계 제작자였습니다. 강윤은 고종 임금에게도 휴대용 해시계를 제작하여 올리기도 하였으며, 고종 임금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임금과 세자의 인장을 새로 만들거나 고칠 때 현장 감독직인 별간역(別監役)으로 발탁되어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휴대용 앙부일구는 비록 영침 등이 유실되어 있지만 그가 만든 몇몇의 해시계 중에서 대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명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