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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직물 유물 표면클리닝: ‘흑선’을 중심으로

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이번 보존과학 이야기에서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유물인 ‘흑선(창덕27056)’의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 직물 유물의 표면클리닝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 유물은 조선 말기의 유물로 왕실 행사에 사용된 것입니다. 자루를 포함한 총 길이는 240㎝이며 이 중 선의 길이는 48㎝이고 너비는 39㎝입니다. 선은 나무 판에 무늬가 없는 흑색 단(수자직)직물이 배접되어 있는 구조로, 동일한 직물로 제작된 긴 자락이 선에 고정되어 움직일 때마다 나풀거립니다.
흑선 처리 전 정면


오염은 직물 유물의 표면을 뒤덮어 색상이나 형태를 관찰하기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산성도를 증가시켜 섬유를 약화시킵니다. 또한 오염물 종류에 따라 약화된 섬유의 절단면이나 부착된 부위의 섬유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때문에 직물 유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표면클리닝의 과정을 거친 후 유물의 상태에 따라 습식 및 유기용제 세척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 1차 표면클리닝: 붓, 진공흡입기

표면에 붙은 먼지 및 고형의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해 물리적 방법을 사용하여 오염물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큰 오염은 핀셋과 같은 소도구로, 작은 오염은 붓·진공흡입기(그림 3)·파스텔용 지우개 등을 사용하여 제거합니다. 
이 흑선 유물은 큰 찢김이 있거나 열화가 심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먼지형태의 오염(그림 1)이 매우 심하여 육안으로 보기에도 오염부위가 흑색보다는 밝은 갈색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먼저, 오염물의 고착을 느슨하게 만들어 유물에서 제거하기 위해 붓을 사용하여 직물의 올 방향대로 쓸어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먼지가 제거되면서 오염물이 붓의 모에 묻어 나왔습니다(그림 4). 이후 붓과 진공흡입기를 사용하여 오염물을 제거하였는데 직물의 손상을 줄이기 위해 나일론망을 한 겹 씌워 처리하였습니다(그림 5). 그림 6을 보면 표면클리닝을 처리한 부위와 처리하지 않은 부위가 다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면클리닝

처리 전(좌)과  처리 후 


○ 2차 표면클리닝: 50% 에탄올(Ethyl alcohol), 스펀지

오염에 따라 추가적으로 물이나 알코올을 소도구에 적셔 닦아내어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유물의 경우에도 표면의 먼지를 제거해준 뒤 직물 사이에 남아있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50% 에탄올을 스펀지에 묻혀 오염물을 닦아내었습니다(그림 8). 1차 처리를 마친 후에도 다량의 오염이 남아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그림 9).


2차 표면클리닝

흑선 처리 후


○ 과학적 분석(기록): 현미경, 분광측색계

각 클리닝 과정에 따른 오염물 제거 여부는 현미경으로 더 세밀하게 관찰하였고 분광측색계로 색의 변화를 측정하였습니다. 표 1은 현미경 촬영 이미지로, 처리 전 직물의 표면은 먼지가 가득하여 조직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붓과 진공흡입기로 1차 클리닝을 한 후에는 조직이 깨끗하게 보일 정도로 오염물이 다량 제거되었습니다. 에탄올을 사용한 2차 클리닝 후에는 직물 사이에 끼인 오염물이 거의 제거되어 직물의 조직이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표1  현미경 촬영(Scalar DG-3x)
표  현미경 촬영(Scalar DG-3x)

분광측색계의 기록을 통해서도 오염 제거에 따른 색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처리 전의 색의 값은 L=30.71, a=0.81, b=5.17이었으나 1차 처리 후에는 L=19.12, a=-0.21, b=0.42로 값에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L의 값은 명도(밝기)를 나타내는데 처리 후에는 측정값이 (-)방향으로 10 이상 떨어져 더 어두운 색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통해 밝은 색의 오염으로 뒤덮여 있던 처리 전 상태에서 처리 후 유물 본래의 색인 검은색에 더 가까워졌음을 볼 수 있습니다. 2차 처리 후의 색의 값의 차이는 약소하게 나타나 현미경을 통한 먼지 제거 정도와 유사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표2  분광측색계(Minolta CM-2600d)
표  분광측색계(Minolta CM-2600d)

이번 흑선 유물은 오염이 고착되어있지 않아 직물과 먼지의 분리가 잘되는 편이었기에 붓과 진공흡입기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염물을 제 때에 제거하지 않는다면 직물에 고착되어 제거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직물 손상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정민 (유물과학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