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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종묘제기 복제품 제작

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종묘에서는 매년 5월에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제사를 지내는데 이것을 ‘종묘대제’라고 합니다. 종묘대제에는 문무관의 관복을 갖추어 입고 곡식이나 고기 등 익히지 않은 날 것을 제수로 사용하는 등 조선시대 때 행해진 대로 제사를 지냅니다.

종묘대제에 사용되는 제수(祭需)와 제주(祭酒)를 담는 그릇을 종묘제기라고 합니다. 종묘제기는 조선시대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종묘제기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한 제기로써 중요한 유산이기 때문에 우리 박물관에서는 종묘제기를 보존하기 위하여, 종묘대제의 봉행 때 대체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복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1. 종묘제기

종묘제기는 쓰임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재질로 만들어 졌습니다. 『국조오례의』나 『종묘의궤』 등 규범에 정해진 대로 만들어 졌는데, 40여 종류가 있으며 유기, 목제, 자기 등의 재료가 사용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 박물관에서 2017년에 복제한 종묘제기 중 모혈반의 복제 과정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사진 1. 「종묘의궤」 모혈반                사진 2. 종묘제기 모혈반


2. 종묘제기 복제의 원칙

 유물을 복제할 때에는 복제품의 용도에 따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전시가 목적인지, 학술연구를 위한 복제품인지, 실제 사용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복제품의 재질과 
적용 기술이 달라집니다.
우리 박물관에서는 종묘대제에 실제 사용하기 위한 복제품을 제작하였기 때문에, 유물과 최대한 유사해야 하지만 신체에 해롭지 않아야 하며, 사용하기 편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새웠습니다. 또한 복제를 위한 실측 과정에서 실제 유물에 손상을 입히지 않아야 했습니다.
이와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전통 기술(주물 제작)과 과학 기술(3D스캔과 프린터)을 활용하여 종묘제기를 복제하고 있습니다.



3. 종묘제기 성분분석

  모혈반(毛血盤)은 유기로 만들어진 굽이 달린 접시모양의 제기로, 제수로 잡은 소나 양, 돼지의 털과 피를 담아두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금속 유물 복제를 위해서는 먼저 유물의 성분을 분석하여 유사한 성분으로 복제해야 합니다. X선형광분석기(XRF)를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모혈반의 주성분은 구리(Cu)>주석(Zn)>납(Pb)>아연(Zn)>기타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기타 요소로는 철(Fe)이 미량 확인되고 다른 불순물도 함유된 것으로 보입니다.
 분석결과에 나타난 성분비로 유물을 복제 할 경우, 5% 미만으로 소량 검출되는 성분은 주물 작업에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납은 몸에 해롭기 때문에 제외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유물복제는 실제 유물과 최대한 유사한 성분비로 조합 했지만, 구리와 주석이 아닌 다른 성분들은 제외하였습니다.     


4. 복제 형틀제작

 복제 형틀제작은 비접촉식 방식을 적용하였습니다. 실제 유물을 사용하여 형틀을 뜰 경우 유물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측 및 사진촬영을 바탕으로 3D 스캐닝으로 모델링 작업 한 후에 3D프린터로 RP(Rapid Prototype) 모형을 제작하는 방식을 적용하였습니다. 형틀을 사용하여 쇳물을 부어 제작 할 때 금속의 수축에 의해 실제 유물과 크기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3D 프린터로 모형을 제작할 때에는 수축률을 고려하여 복제 형틀을 제작하여 복제품의 크기를 정확하게 구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RP(Rapid Prototype) 모형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적층선이 생기는 단점도 있습니다. 3D프린터는 한 줄 한 줄 쌓아서 형태를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에 쌓는선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진 5. 3D 스캐닝                          사진 6. RP(Rapid Prototype)


5. 복제 주물원형 및 주물제작 방법

 주물원형은 RP(Rapid Prototype) 모형에서 생긴 적층선을 제거하기 위하여 퍼티(Putty)와 시너(Tinner)를 혼합하여 도포한 후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성형 작업을 하였습니다. 주물은 전통적인 주물 방식인 갯토주물방식을 적용하였습니다. 갯토는 극세사(極細砂) 굵기의 모래를 가공한 것을 말하며, 갯토주물은 고운 모래(갯토)를 다져 형틀을 제작하여 주물하는 방식입니다.


사진 7. 주물원형                           사진 8. 복제품(종묘제기 모혈반)

6. 가질(마무리)

 주물로 만들어 낸 그릇은 주물자국이 남아 있거나 부스러기 등이 붙어 있으며, 작은 문양은 뭉그러져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매끈하게 정리하는 마무리 작업을 가질이라고 합니다. 가질은 물레를 사용하여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어 그릇의 두께를 조절하기도 하며, 문양이 흐릿한 경우 뚜렷하도록 깎아 내기도 합니다. 가질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가진 숙련자가 작업을 담당합니다.

 종묘제기의 복제는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유물의 보존을 위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과학기술(3D 스캐너 및 프린트)의 발전으로 유물의 손상을 방지하거나 금속 수축 변화에 대한 대응 등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다양한 유물을 실제대로 복제하기 위해서는 재질별 적정한 복제 방법의 연구가 좀 더 필요합니다. 계속된 복제 과정을 통하여 우리 박물관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기술을 접목시키고, 다양한 유물의 특성에 맞는 복제 방법을 모색 해 나가고자 합니다. 


안성준 (유물과학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