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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백자 이왕직명이 쓰여진 간장통’의 보존처리

왕실 유물 보존 처리 이야기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백자 이왕직명이 쓰여진 간장통’이 총 20점 있습니다. 이 중 보존처리가 필요했던 유물은 4점으로 그 중 한 점의 보존처리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사진 , 2. 백자 이왕직명이 쓰여진 간장통의 보존처리 전


이 유물은 높이 약 30cm의 지름 24cm 크기의 백자로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던 나무통 모양입니다. 몸체 가운데에 파란색 안료로 이왕직(李王職)1)이라는 한자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여 있습니다. 윗부분에는 금속과 목재로 꼬아 만들어진 손잡이와 동그란 모양의 여닫을 수 있는 뚜껑이 있습니다. 몸체 하단부에는 액체 내용물이 흘러 나왔으리라 짐작되는 구멍이 나무막대 마개로 막혀 있는 형태입니다. 사실 ‘간장통’이라고 전해져오지만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사용된 전형적인 술통 모양과 가깝습니다.

간장통은 도자기로 만들어졌지만 목재와 금속이 함께 있는 복합재질의 유물입니다. 복합재질을 보존처리할 때는 가장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유물을 우선적으로 보존처리합니다. 하지만 이 유물은 도자기, 목재, 금속 모두 상태가 양호했기 때문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도자기를 중심으로 보존처리를 진행했습니다. 이 간장통의 보존처리는 상태조사, 도자기 세척, 금속과 목재부분 세척, 처리 후 기록의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세척 부식물 제거


이 유물은 간장통이라 이름 붙여졌지만 유물의 내부는 간장이나 다른 액체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오래된 먼지가 까맣게 쌓여 있던 상태였습니다. 먼저 도자기 부분을 솜과 면봉으로 닦아내고 그 후에 다시 한 번 물을 묻혀 닦아냈습니다. 일차적인 세척 진행 후에도 문양 사이사이나 손이 잘 닫지 않는 안쪽에는 고압스팀세척기를 사용했습니다. 고압스팀세척기는 물을 뜨겁게 가열하여 수증기형태로 분사해주는 기계로 기체가 분사되는 강도를 조절하여 구석구석의 오염물을 보다 쉽게 제거할 수 있게 해줍니다. 목재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손잡이는 스칼펠, 브러시, 압출된 공기를 분사하는 에어브러시와 같은 물리적인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도자기 유물을 세척할 때는 물리적인 세척을 먼저 진행하고 그 후에도 남아 있는 오염물을 물과 에탄올과 같은 용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손잡이 부분의 금속부분은 양호한 상태이지만 약간의 부식물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번 보존처리에서는 물리적인 방법만 사용하여 부식물을 제거했지만, 향후 보존처리 할 때는 어떤 금속이냐에 따라 사용할 약품과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X선-형광분석기(XRF, X-ray Fluorescence Spectroscopy)를 사용하여 금속의 성분을 분석하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표1 . 간장통 금속부분 XRF분석 결과

성분

Fe
(철)

Zn
(아연)

Si
(규소)

Pb
(납)

Mn
(망간)

Cu
(구리)

결과

50.1%

44.5%

4.8%

0.3%

0.1%

0.1%


성분 분석 결과 철(Fe)이 50.1%, 아연(Zn)이 44.5%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 규소(Si), 납(Pb), 망간(Mn), 구리(Cu)등이 소량 검출되었습니다. 이 금속 손잡이가 나중에 보존처리를 필요로 한다면 철과 아연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 점에 주의한 보존처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 유물은 보존처리하면서 다른 세 점의 간장통과는 다른 흥미로웠던 점이 있었습니다. 몸체 하단부 구멍을 막았던 나무막대 마개를 세척을 위해 분리시켰는데, 안쪽에 신문지로 추정되는 종이가 눌려 붙어 있었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종이의 색은 누렇게 변해 있고 쉽게 바스러졌습니다. 지류보존팀의 협조로 조각난 종이를 조심스럽게 모아 퍼즐을 맞추듯이 이어보았습니다. 


구멍 안쪽의 종이 존처리 후


이 신문지는 간장통을 보관 할 때 더 효율적인 밀봉을 위해서 여러 겹 겹쳐 접어 나무막대 마개안쪽을 막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결한 종이에서 해태모양과 ‘캬라멜’이라는 글자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해태제과의 전신인 해태제과합명회사의 광고로, 이 회사는 1945년에 설립되었기 때문에 적어도 그 이후에 이와 같은 작업이 이뤄졌음을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백자 이왕직명이 쓰여진 간장통’은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방법으로 보존처리를 진행했지만, 도자기뿐 아니라 목재, 금속, 종이까지 함께 있는 복합재질로 여러 가지 고민도 필요했었습니다. 또한 이왕직이라는 글자로 제작 시기를 쉽게 알 수 있었고, 나무막대 마개 안쪽의 신문지가 보존처리과정에서 발견됨으로써 그 후에 어떻게 유물을 보관하고 관리 했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1) “이왕직(李王職)“이란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강점기 시절에 대한제국 황족관련 사무를 담당하던 기구로 이(李)는 조선왕실의 성(姓), 왕(王)은 일본의 작위명, 직(職)은 업무를 담당하는 직관(職官)을 나타냅니다. 


 김민지(유물과학과 학예연구원), 김효윤(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