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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유리구슬발의 분석과 보존처리Ⅰ

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유리구슬로 꿰어진 발 형태의 유물 2건 4점이 소장되어있습니다. 유리구슬발은 유리구슬을 끈에 꿰어 발 형태로 만들어 공간을 분리하거나 벽면에 장식용으로 사용된 물품으로 국내에서는 비슷한 유물이 아직 확인되지 않지만 중국, 동남아시아 등 국외에 다수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유물은 창덕궁에서 이관되어왔고, 크기는 가로 75.6cm, 세로 154cm입니다. 이 유물은 유리구슬, 연결끈, 두 개의 목제 걸이대로 이루어져있고, 구조는 크게 상단과 하단으로 나뉩니다. 상단부에는 구슬이 마름모 형태로 꿰어지고, 하단부는 78개의 수직으로 늘어진 끈에 청색과 무색의 유리구슬을 줄에 꿰어서 각각 ‘성수(聖壽)’ ‘만세(萬歲)’ 글자를 표현하였습니다.


사진 .  보존처리 전(왼쪽: 성수聖壽, 오른쪽: 만세萬歲)


◎ 보존처리 전 상태

유리구슬발의 보존처리 전 상태는 유물 전체에 먼지가 두껍게 고착되어 유리의 투명함과 원래 색들을 발현시키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연결 끈들이 열화되어 쉽게 끊어져 다수의 구슬이 떨어져 나왔으며 이러한 현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목제걸이대는 표면의 칠이 곳곳에 벗겨져 있었습니다. 


사진 . 보존처리 전 상단 세부사진

사진 . 보존처리 전 하단 세부사진

◎ 유물 분석

보존처리를 시작하기 전, 유물을 이해하고 재료와 방법을 계획하기 위하여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분석대상은 크게 유리구슬, 연결끈, 목제걸이대로 나누고, 유리구슬은 색상별 크기별로 분류하였습니다. 분석방법은 유물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비파괴 표면분석을 원칙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분석방법으로는 형태적 특성을 조사하기 위한 현미경 관찰, 유리의 종류를 구분하기 위한 X선 투과촬영, 성분분석을 위한 X선 형광분석(XRF)을 실시하였습니다. 연결끈은 적외선 분광분석기(FT-IR)와 주사전자현미경(SEM)을 활용하였습니다. 목제걸이대의 목재는 실체현미경과 광학현미경으로 목재조직을 관찰하였으며 표면의 칠은 적외선 분광분석기를 이용하여 어떤 성분인지 확인하였습니다.


◎ 유물 분석 결과

유리구슬의 크기 측정 결과, 청색구슬이 무색구슬에 비해 작아 더 정교하게 제작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현미경 관찰 결과, 유리구슬발의 구슬은 모두 환옥으로 감아서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X선 촬영결과 청색과 무색의 구슬은 납유리의 표준시료와 유사한 투과도를 보여 납유리계로 판단됩니다.

비파괴 표면 조성 분석 결과, 청색과 무색 모두 납유리계이며 산화칼슘(CaO)과 산화알루미늄(Al2O3)함량이 5% 미만인 LCA(Low CaO, Al2O3)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착색제는 청색에서는 산화구리(CuO)의 함량이 높게 나타났으며 무색구슬에서는 산화티타늄(TiO2)의 함량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사진 . 유리구슬 사진(왼: 일반 촬영, 오른: X-ray 촬영)

유리구슬발의 섬유는 적외선 분광분석결과 셀룰로오스계 섬유의 특징이 관찰됩니다. 또한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상단과 하단 모두 섬유 길이 방향으로 꼬임이 없고, 섬유 속 형태가 확인됨으로 연결끈은 셀룰로오스계 마섬유의 일종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목제걸이대의 수종은 낙우송과 삼나무속이며 표면은 안료로 칠한 후 셸락(shellac)이나 수지 기저 안료(resin based paint)로 덧칠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 . 연결끈의 적외선 분광분석 결과

◎ 보존처리

유리구슬발의 보존처리는 분리, 세척, 조립의 순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연결끈이 열화되어 쉽게 끊어지기 때문에 유리구슬이 많이 떨어졌고, 계속 떨어져 나오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크릴 줄로 임시 교체하였습니다.

본격적인 세척을 시작하기 전, 세척 테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초음파세척기로 세척 한 후, 50% 알코올 수용액을 면봉에 묻혀 세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세척된 유리구슬은 상온에서 서서히 건조시켰습니다. 


사진 . 아크릴줄로 유리구슬 이동

사진 . 초음파세척기 세척

사진 . 유리구슬의 세척 전과 후 비교(위: 세척 후, 아래: 세척 전)

현재 유리구슬발은 분리, 세척, 건조가 진행 중입니다. 각 열별로 하나씩 순서를 맞추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입니다. 작업이 완료되면, 분리된 목제걸이대를 보존처리를 하고 임시로 아크릴줄에 연결한 유리구슬을 마끈으로 교체할 예정입니다.

이 유리구슬발과 유사한 재질과 형태의 유물은 아직 국내에서 확인되지 않으며 보존처리 사례 또한 국내·외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유물은 유리, 목제, 섬유의 복합재질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단계별 자문을 얻고 테스트를 하여 보존처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유리구슬발의 보존처리가 완료되면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참고문헌

- 김효윤 등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유리구슬발 분석연구” 고궁문화 제 10권, 국립고궁박물관(2017)
- V. Hector “Chinese Bead Curtains, Past and Present” Beads : The Journal of the Society of Bead Researchers Vol.25 (2017)
- J. Shepherd and A. Wardle, The glass workers of Roman London(London: Museum of London, 2009), p.9.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제46회 추계학술대회 발표를 정리한 글입니다.



김민지 (유물과학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