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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색회꽃무늬항아리의 과거와 현재의 보존처리

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국립고궁박물관 도자기를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에 들어가면 유독 눈에 띄는 도자기 한 점이 있었습니다. ‘색회꽃무늬항아리’로 높이 약 76.3cm, 구연부 지름 약 28.2cm의 큰 크기도 이유이지만, 깨졌다가 붙인 흔적이 눈에 띄게 잘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닥면에 ‘금광산조(錦光山造, 킨코우잔)’라는 음각 도장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에서 19세기 중반 이후 생산되어 국내에 수입된 것입니다.

○ 보존처리 전 상태

상태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깨진 부위에 접착제를 과다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표면에 흘러내렸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랗게 변색되었습니다. 과거 보존처리 당시에도 접착제를 바른 부위가 원래의 도자기 표면과 차이가 있었는지 접착제 위에 흰색으로 도자기의 색과 유사하게 덧칠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 누가 이와 같은 보존처리를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보존처리 전 ? 후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과학적 분석을 통해 과거의 언제,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확인해보고 현재 다시 보존처리하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 과거 보존처리

깨진 조각을 붙였던 접착제는 에폭시계 접착제 위에 아크릴계 물감으로 덧칠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육안으로 확인했던 정보를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기(FT-IR)를 이용하여 분석해 보았습니다. FT-IR은 적외선이 측정하고자 하는 시료에 흡수되면서 생기는 특정 피크(peak)를 파악하여 어떤 물질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그래프 1. 접착제의 FT-IR 분석 결과

이 그래프의 빨간선은 항아리에서 떼어낸 접착제이고 파란선은 에폭시계 수지입니다. 가로축 3400, 1650, 1480의 파장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 외에 대부분 아래로 향하는 피크가 유사합니다. 3400의 파장은 산소와 수소의 결합(O-H), 1650의 파장은 탄소와 산소의 결합(C=O), 1480의 파장은 탄소와 수소가 결합(C-H)한 위치로 이 차이는 접착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차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분석결과로 과거 사용했던 접착제는 에폭시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에폭시계 수지는 1946년 미국에서 처음 상품화된 재료입니다. 1980년대에 노랗게 변색되는 단점이 드러나기 전까지 1950년대 후반부터 유물 보존처리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색회꽃무늬항아리는 1960년대 이후 보존처리 되었다고 추측 해볼 수 있습니다.


○ 현재 보존처리

과거 편들을 접착했던 접착제가 변색된 채로 두껍게 남아있고 어긋나게 접착된 부분이 있어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항아리를 완전히 분리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과거 사용되었던 에폭시수지는 강한 접착력을 가지고 있어 분리시킬 때 도자기의 접착부분을 물고 떨어져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작업했습니다. 표면 위 접착제는 스칼펠, 고무망치, 끌 등을 이용해 물리적으로 떼어 냈습니다. 완전히 분리시킬 수 없는 부분은 화학약품을 써서 분리시켰습니다. 일부 약품은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마스크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고 환기를 잘 시켜야 합니다. 접착제를 떼어내고 분리시킨 후, 알코올 수용액을 이용하여 도자기 표면을 닦아주고 잘 지워지지 않는 얼룩은 스팀세척기를 이용해 세척하였습니다. 

현재 보존처리


에폭시 수지는 단단하게 경화되어 오히려 도자기를 손상시킬 수 있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가역성이 좋은 접착제를 이용했습니다. 파랄로이드 B72 (paraloid B72, ethyl metacrylate copolymer)는 완전히 경화되고 나면 강한 접착력을 가지지만 아세톤을 이용하여 쉽게 제거하고 분리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용제에 녹여 원하는 농도로 제작해서 사용할 수 있고, 용제의 종류에 따라 증발되는 정도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완전히 접합시킨 후 일부 없어진 부분은 석고를 이용해 도자기의 원래 태토와 유사하게 만들고 그 위에 아크릴계 물감과 코팅제로 유약처리를 해주었습니다.

이 색회꽃무늬항아리는 접합선과 복원부위를 구별할 수 있는 선에서 처리를 완료했지만, 보존처리 전과 후가 뚜렷이 비교되는 경우 중 하나입니다. 


보존처리


 보존과학자들은 보존처리를 할 때 항상 최선의 선택을 위한 재료와 방법을 고민합니다. 1960년에 이 항아리를 보존처리하면서 사용했던 에폭시 수지도 당시에는 투명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최선의 재료였을 것입니다. 현재의 보존처리도 시간이 지나면 어떤 양상으로 변할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보존처리하면서 고민한 흔적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효윤 (유물과학과 학예사)




1) Derrick, M. 등(1999) Infrared Spectroscopy in Conservation Science Getty Publication
2) Koob, S.(2000) New Techniques for the Repair and Restoration of Ancient Glass Tradition and Innovation in Conservation Contribution to the IIC Melbourne Congress, p.92
3)Down, J. (2001) Review of CCI Research on Epoxy Resin Adhesives for Glass Conservation IIC Reviews in Conservation NO.2,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