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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기록으로 보는 어보, 분석으로 보는 어보

왕실 유물 보존 처리 이야기

어보御寶는 책봉冊封 및 존호尊號, 시호諡號 등을 올릴 때 제작된 왕실의 위호位號를 나타내는 도장으로 조선의 왕권을 상징합니다. 어보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사각형의 보신寶身과 조각이 새겨진 손잡이 보뉴寶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보는 만드는 재료에 따라 금보 金寶, 은보銀寶, 옥보玉寶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어부의 각부 명칭


눈으로 보았을 때 금보는 금으로, 은보는 은으로, 옥보는 옥으로 만들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어보를 만들었을 당시 쓰인 기록과 분석 장비를 이용하여 어보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눈으로 보았을 때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을 알 수가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이나 의궤 등 기록 자료에는 어보의 제작과정 전반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莊烈王后國葬都監儀軌』(1689)를 살펴보면 인조비장렬왕후금보仁祖妃莊烈王后金寶에 사용된 재료, 크기, 무게 등 어보 제작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인조비장렬왕후금보仁祖妃莊烈王后金寶


표1 『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莊烈王后國葬都監儀軌』 기록과 실제 유물 크기 비교
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 기록과 실제 유물 크기 비교
* 方은 보신 너비, 厚은 보신 두께, 龜高은 보뉴 높이를 뜻한다.


기록이 정확한지 실제 유물과 비교해 보았습니다(표1). 의궤에는 예기척
2)으로 어보의 크기를 기록하여 실제 유물의 크기와 비교하기 위해 미터법으로 환산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의궤 기록과 실제 유물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거의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보의 제작방법과 관련해서는 의궤에 ‘用鍊黃銅鑄成鍍(황동의 겉 표면을 금으로 도금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순금이 아닌 황동에 금을 입혀 어보를 제작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보를 도금하여 제작한 이유는 순금은 재질이 물러 보문이 쉽게 망가지기 때문에 재질이 단단한 황동 등을 사용하여 어보를 만든 후에 도금을 하여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4 어보 XRF 분석


이와 같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X선-형광분석기(XRF : X-ray Fluorescence Spectroscopy)3)4)를 이용하여 어보에 사용된 재료를 분석하였습니다. 유물을 손상시키지 않고 분석을 진행하기 위해 비파괴 분석인 XRF 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표2 인조비장렬왕후금보 XRF 분석 결과
인조비장렬왕후금보 XRF 분석 결과

성분 분석 결과 금(Au)이 약 80% 가량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그 외 구리(Cu), 은(Ag), 아연(Zn), 수은(Hg) 등이 검출되었습니다. 분석 장비 특성 상 표면분석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표면 성분이 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구리(Cu), 아연(Zn) 등의 검출을 토대로 소지금속이 황동이라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의궤에 기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어보의 크기, 성분 등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아직까지 어보 내부의 성분, 보뉴와 보신의 결합방식 등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어보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1)『조선왕실의 어보』, 국립고궁박물관, 2010, p7.
2) 왕궁에서 쓰는 옥책, 금책, 금보, 옥보 등의 제조와 종묘 및 문묘에서 여러 가지 예기의 제조, 제사를 올릴 때 제물의 높이를 재는데 사용하는 자이다. 『조선시대 표준 자』, 문화재청, 1997, p39.
3)X선-형광분석은 X선을 조사하여 발생되는 각 물질이 지닌 특성 x선을 검출하여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4)분석 장비: Handheld XRF(OXFORD X-MET5000), 분석 조건: 40㎸, 10㎂, 10sec



강승희(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안성준(유물과학과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