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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소장품 이야기 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왕실유물 보존처리 이야기

「동개」의 제작기법 및 보존처리

왕실 유물 보존 처리 이야기


Ⅰ. 서론

‘동개’는 순수한 우리말로 한문으로 표기 하는 과정에서 ‘통개(筒箇)’라고도 하였다. 원래는 활집만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현재 ‘동개’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활집과 화살집 모두를 지칭하고 있다.
문헌 자료에 나타난 동개를 보면 <도1>~<도4>와 같은데, <도3>에 나타난 형태가 이번 연구 대상인 동개의 원형 장식과 비교적 유사하다. <도4>의 동개는 일반적으로 두 첩으로 이루어 졌으며, 중앙에 두석이 가로 혹은 세로로 박힌 형태로 현재 가장 많은 수량의 유물로 남아 있다.
연구대상 동개는 두 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형태와 크기가 유사하지만 연결구 등 부속이 결실된 채 동개 몸체만 남아 있다. 유사한 유물이나 문헌자료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는 하나의 개체로 추정하기 어려워 각 각을 ‘동개-A’와 ‘동개-B’로 칭하였다.   
<도1>~<도4> 
Ⅱ. 유물조사

1. 제작기법
  1) 바탕가죽 제작 : 바탕 가죽은 생후 2년 이상의 소가죽으로 추정된다. 두께가 두꺼우며,  단순한 평면 형태가 아닌 유연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2) 모양 띠 두르기 : 모양 띠는 관(Piping) 내부에 들어가는 것으로 두께 약 0.3cm, 넓이 약0.6cm 크기의 가죽 띠를 윗 테두리와 원형장식 주변에 둘러주었다.
  3) 바닥 만들기 : 바닥은 뾰족한 화살촉이 맞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목재를 이용하여 둥근 타원형으로 조각한 다음 못으로 결합하였다. 
  4) 관(Piping) 두르기 : 상어 또는 가오리 가죽(Galuchat)을 이용하여 동개 테두리 형태에 맞게 재단한 다음 접착하였다.
  5) 가죽으로 바닥 감싸기 : 보라색으로 염색한 가죽을 하부와 바닥면에 둘러 바느질 하였다.
  6) 칠하기 : 바탕가죽 및 관(Piping)에 붉은 칠을 하였다. 
  7) 내피 배접 : 얇은 소가죽을 이용해 동개의 형태에 맞게 제단한 후 내부에 배접하였다.
  8) 두석 박기 : 두석은 동개를 메는 띠와 활집과 연결하는 고리 및 경첩 등 실용적인 목적과 장식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으며, 마지막 단계에서 박아 주었다. 

제작기법

 2. 과학적 조사
  1) X선 조사
   내부 구조 및 재질을 파악하기 위해 X-Ray(Soft, M-150, Japan)를 이용해 비파괴 촬영을 실시하였다. 촬영 결과 두석은 몸체에 박은 다음 뒷면을 꺾어서 고정하였다. 다만 동개-A에는 못이 관찰되지 않으나 동개-B에는 총 5개의 못으로 바닥면과 측면이 고정되어 있어 차이를 보인다.
X선 촬영 사진 

 2) Portable-XRF (휴대용 X선 형광분석기) 분석
   두석의 재질을 분석하기 위하여 X선 형광분석기(OXFORD, T-MET 5100, Germany)를 이용하였다. 분석결과는 표1, 표2와 같으며, 황동(Cu-Zn 합금)으로 확인되었다. 

동개-A,B 두석 성분분석 data (%) 


Ⅲ. 보존처리


1. 보존처리 전 유물상태
유물의 구성은 가죽을 바탕으로 목재·섬유·금속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점 모두 주 재질인 가죽이 건조되면서 단단하게 경화되어 있고, 납작하게 눌려 있기 때문에 내부 관찰은 어려운 상태였다.  
  1) 동개-A 
  가로 약 19cm, 세로 약 26.5cm, 높이 약 7.5cm, 무게 약 372.4g이다. 바탕 가죽은 약 0.2cm 두께의 단단하고, 두꺼운 통가죽을 사용하였으며, 장식 가죽으로 덧대어져 있다. 표면에 칠한 노란색의 칠층이 박락되면서 내부의 흰색이 관찰되고 있다.  
 두석의 표면은 부식으로 인해 검은 색상을 보이고 있지만 금속 자체는 안정한 상태이다.  동개 내부에는 내피로 배접하였으나 접착력이 약해지면서 대부분 벌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먼지와 이물질로 인한 오염이 심하다. 
  2) 동개-B
  가로 약 18cm, 세로 약 26cm, 높이 약 8cm, 무게 약 493g이다. 바탕 가죽은 약 0.3cm 두께의 단단하고, 두꺼운 통가죽을 사용하였다. 바닥 가죽은 보라색으로 염색되어 있으며, 붉은색의 실로 보수되어 있다. 표면에는 황색의 칠이 관찰되나 오염이 심해 색상을 정확히 파악 할 수 없다. 
 두석의 표면은 부식으로 인해 검은 색상을 보이고 있지만 금속 자체는 안정한 상태이다. 동개 내부에는 내피가 없으며, 벌어진 측면을 고정시키기 위해 조각 가죽으로 이어 붙인 흔적이 관찰된다.

동개 보존처리 전 사진

 2. 세척(사진 3~8)
  동개에 사용된 3 종류의 가죽은 각각의 특성과 상태가 다르므로 따로 구별하여 세척을 실시하였다. 보라색의 바닥 가죽 표면에는 요철에 의한 먼지와 이물질 등이 엉켜있어서 Air Gun을 이용하여 가죽을 결이 손상되지 않게 털어주었다. 일부 오염이 심한 부분은 부드러운 브러시로 가볍게 털어 오염물을 제거하였다. 세척 과정에서 결실의 위험이 있는 가죽 편은 점도가 낮은 종이테이프를 이용하여 임시로 접합을 하였다.  바탕 가죽은 표면의 칠층 상태에 따라 박락이 심한 부분은 중성 화학 종이를 이용하여 반 습식세척을 해주었으며, 비교적 칠층이 안정화된 부분은 건식 세척 후 면봉과 증류수를 이용하여 표면을 닦아 주었다.

건식 세척 습식 세척 

3. 칠층 안정화 처리(사진 9, 10)
 대부분의 칠층이 박락되어 있고, 일부분만 가죽 표면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단독적인 세척이 불가능 하다고 판단되어 안정화 처리를 병행하였다. 아교 0.3%(증류수 혼합) 용액으로 칠층을 안정화 시킨 다음 증류수와 Alcohol을 1:1로 혼합한 용액으로 표면을 가볍게 닦아 주었다. 이 작업은 안전한 칠층 안정화를 위해 5차례에 걸쳐 진행하였다.

칠층 안정화처리


  4. 형태 교정(사진 11~16)
 단단하게 경화되면서 뒤틀어진 형태를 바로 잡기 위해 먼저 간접적으로 수분을 공급함으로써 단단함을 완화시켜 주었다. 수분 공급에 앞서 목재, 금속, 가죽, 섬유 등으로 구성된 만큼 수분에 따른 재질별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목재로 이루어진 바닥 부분에는 내부에 흡습지를 깔아주었으며, 금속 부분은 Parafilm을 씌워주었다.    
 건조 가죽에 순간적으로 많은 수분과 직접적인 힘이 가해지면 가죽이 늘어나거나 크랙 등 2차적인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양의 수분을 단계적으로 주입시켜 주었다. 내부에 삽입하는 보형물 역시 크기를 점차 키워가면서 형태를 교정하였다. 전체적인 형태 교정이 완료가 되면 세부적으로 교정이 필요한 곳에 수분을 공급한 후 철지와 자석을 이용하여 형태 교정을 마무리 하였다.

세부 교정 

5. 해체(사진 17~23)
 보통 보존처리를 진행하면 첫 단계로 해체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개-A’의 경우 표면의 칠층 박락 위험과 납작하게 눌린 형태 때문에 두석의 분리가 불가능 하였다. 따라서 칠층 안정화처리와 형태 교정 이후에 해체를 실시하였으며, 이후 내부의 배접 가죽 분리와 두석분리가 진행 되었다.
 먼저 두석의 꺾여 있는 부분을 펴서 떼어낸 다음 내부의 배접 가죽을 분리 하였다. 배접 가죽은 두 조각으로 나뉘는데, 전체를 감싸는 큰 조각과 측면의 직사각형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조각은 일부 바느질로 고정되어 있어서 분리하지 않았다. 분리된 배접 가죽은 건식과 반 습식 세척을 통해 부드럽게 해 주었으며, 구김완화 처리를 진행하였다. 
 두석이 분리된 바탕 가죽 자리에서는 금분으로 구름모양을 그린 문양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바탕 가죽에 칠한 노란 색의 칠층은 후대에 보수된 것이고, 원래는 금분을 이용한 구름 문양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분의 구름 문양은 심각한 균열에 따른 박락의 위험과 표면 오염을 동반하고 있었다. 세척과 칠층 안정화 처리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 HPC 3%(Hydroxy propyl Cellulose, 증류수혼합) 용액을 사용하여 세필 붓으로 칠층 표면의 오염물을 닦으면서 표면 강화를 한 후 아교 3% 용액으로 칠층과 바탕 가죽 사이를 안정화 하였다.  

가죽 보존처리 금분 칠층 처리 
 6. 내부 가죽 배접 및 두석 박기(사진 24~26) 
 보존처리가 완료된 배접 가죽은 짙은 농도의 소맥전분풀을 얇게 발라 내부에 배접하였으며, 이때 바탕 가죽의 형태가 무너지지 않도록 내부에는 흡습지와 보형물을 삽입해 건조시켜 주었다. 건조가 끝난 다음 마지막으로 두석을 원래 자리에 박아 주었다.

내부 가죽 배접 및 두석 박기

 7. 동개 보존처리 완료 후(사진 27, 28)
 보존 처리를 통해 동개의 내·외부 오염물이 제거되면서 ‘동개-A’는 372.4g→355.1g, ‘동개-B’는 493.3g→465.0g로 처리 전에 비해 무게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원래의 색상을 최대한 확인할 수 있었고, 칠층이 안정화됨으로써 안정한 유물의 보존·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동개 보존처리 완료 후 

Ⅳ. 고찰 및 결론

1.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동개는 현존하는 첩개 형태의 동개들과 크기 및 양식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기본적인 형태는 유사하지만 장식에서 차이가 있으며, 또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어두운 갈색과 검정색의 동개와는 달리 황색을 칠함으로써 대한제국시기에 제작이 되었거나 보수를 하였을 것이라 추정된다.
2. 두석을 분리하면서 확인된 금분으로 칠해진 구름문양을 통해 원래는 바탕 가죽에 화려한 문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후대에 노란색으로 덧칠된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3. 가죽은 대상 동물의 종류에 따라 각 각의 성질이 다르며, 같은 종의 동물일 경우에도 자라온 환경이나 연령에 따라 가죽의 두께 및 특성의 차이로 인해 사용되는 범위가 달라진다. 따라서 향후에 진행 될 가죽 유물의 보존처리 역시 그 특성에 맞는 개별적인 보존처리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승리 (유물과학과 연구원)